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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일본처럼 면역·줄기세포 규제 풀자” vs “위험천만한 소리”

최고관리자 0 499 01.09 09:10

 2017년 01월 08일 11:16       

※ 편집자 주

정부와 정치권은 면역세포·줄기세포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을 추진하고 있다. 학자들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이 법에 얽힌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풀어낸다.

GIB 제공
GIB 제공

“보건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이에요.”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줄기세포 치료 규제완화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가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장으로 있던 2016년, 여야 3당은 총 3차례에 걸쳐 ‘첨단재생의료법’을 발의했다. 임상시험 검증을 통과하지 않아도 전문가 위원회에서 심사해 면역·줄기세포 치료를 허가하는 법안이다. 사실상 규제가 대폭 완화되는 셈이다.


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일련의 실험과정이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도 넘게 걸린다. 모든 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임상시험 과정을 거친다. 국내 줄기세포 학자들이 대다수 포함된 한국줄기세포학회는 반대 의견서를 냈다. 첨단재생의료법이 도입되면 “최소한의 필수검증절차(임상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저급의 의료 유통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는 심각한 국민건강 위해 요소가 될 소지가 있다”는 날선 표현이 들어갔다.


●“제2의 황우석 사태 벌어질 것” vs “의료시술은 의사에게 맡겨라”


줄기세포 학자들은 ‘황우석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20년째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말했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여파로 한국 줄기세포 연구가 10년간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도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치료에 사용할 만큼 안전하지 않습니다. 만약 치료하다 사고라도 나면 국민여론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시 10년 날리는 겁니다.”

 

일부 줄기세포 학자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이
일부 줄기세포 학자들은 첨단재생의료법이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 동아일보DB 제공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도 “선진국 대부분이 치료제를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거치게 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과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줄기세포 시술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법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일본처럼 줄기세포 치료를 의약품이 아닌 의료시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시술은 의약품보다 규제가 낮고 의사의 재량권이 크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환자의 몸에서 나온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넣는 것인데 의약품이라니 말이 되냐”라며 “세포치료도 지방이식이나 수혈처럼 의료시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술처럼 세포치료도 의사의 양심에 맡기면 되고, 결과가 잘못됐을 때 책임을 지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는 예민한 ‘개복치’…치료효과 거두려면 엄격한 과정 거쳐야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자가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환자의 몸에서 ①세포를 뽑고 ②줄기세포를 분리·정제한 뒤 ③배양하고 ④환자에게 주사한다. 현재 국내 기준에서 ③번을 빼면 의료시술, 넣으면 의약품이 된다(일본은 둘 다 시술). 배양은 세포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 인공적으로 키우는 과정을 말한다. 치료제를 만들 땐 보통 세포를 수백~수천 배 증식시킨다.   

 

세포를 치료목적으로 실험실에서 배양할 때는
세포를 치료목적으로 실험실에서 배양할 때는 '약사법'의 적용을 받는다. - GIB 제공

세포 배양과정은 약의 제조과정과 비슷하다. 약을 만들 때는 몇 가지 화학물질을 일정한 순서와 농도로 섞어줘야 한다. 세포를 배양할 때도 사이토카인처럼 면역계를 자극하는 생체단백질, 각종 성장인자와 효소, 항원, 항체의 농도를 일정하게 맞춰줘야 한다.


배양하는 실험실의 온도·습도·빛 등의 조건과 배양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림포카인 활성세포(LAK)는 배양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 활성이 최고로 높고 그 뒤에는 급격히 떨어진다. 정호상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세포유전자치료제과 연구관은 “배양과정에서 약간의 변화만 생겨도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유행했던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에서 개복치는 워낙 예민해 걸핏하면 ‘돌연사’해 버린다. 세포도 살아있는 생명체라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제조사는 세포가 가장 잘 증식하고 활성을 높게 띠는 조건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실험을 반복한다.

 

2014~2015년 유행했던 모바일 게임
2014~2015년 유행했던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한 장면.

배양과정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세포를 오염시킬 위험도 있다. 보통 치료제를 완성한 뒤 무균시험(오염 여부를 가리는 시험)을 거치는데, 세포치료제는 유효기간이 매우 짧아 환자 몸에 투여하기 전까지 무균시험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배양의 효과와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거치는 것이다.


●임상시험 통과하지 않아도 효과 있을 수 있다. 단 5%만.


굳이 시험을 쳐보지 않아도 1등급 맞을 학생은 두각을 드러낸다. 세포치료제 역시 임상을 해보지 않아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확률이 매우 낮다.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나 임상시험을 허가받은 의약품 중 최종적으로 사람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된 경우는 5%에 불과하다. 국제 생물의약품 연구개발(R&D) 컨설팅업체인 KMR그룹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 생물의약품 임상시험 결과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말이다.

 

KMR그룹에서 조사한 임상시험 각 단계별 통과비율. 임상시험 초입인 1단계(Phase 1)에 들어선 의약품 중 5%만이 최종 시판허가된다.  - KMR그룹 제공
KMR그룹에서 조사한 임상시험 각 단계별 통과비율. 임상시험 초입인 1단계(Phase 1)에 들어선 의약품 중 5%만이 최종 시판허가된다.  - KMR그룹 제공

●일본은 왜 규제가 심하지 않을까?


일본은 세포치료를 의약품이 아닌 의료시술로 보고 있다. 최규진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장인정신에 따라 의사들이 스스로 높은 윤리성을 지켜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의사를 신뢰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일본이 줄기세포 규제를 완화했다”고 보도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최근 규제를 강화했다. 2010년 일본으로 줄기세포 원정치료를 떠났던 73세 한국인이 폐동맥 색전증에 걸려 사망한 일이 벌어졌다. 또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71세 일본인이 신체위축이 심해져, 2015년 도쿄지방법원이 184만 엔(1888만 원)을 환자에게 물어주라는 판결을 병원에 내리기도 했다.


사고가 자꾸 벌어지자 일본 정부는 2015년 재생의료법을 만들었다. 줄기세포 치료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정부에 신고를 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이다.


과자로 비유해보자. 일본은 오래 전부터 각 가게마다 고유한 노하우를 가지고 제각기 수제 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최근 과자집이 우후죽순 들어서다보니 상한 과자를 먹고 설사하는 사람도 나왔다. 그러자 정부에서 과자가 안전하게 만들어졌는지 위생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과자가 공산품으로 취급됐다. 과자는 대형공장에서 정기적으로 위생점검을 받으며 균일하게 만들어져 전국에 납품됐다. 그러다 최근 일각에서 “일본처럼 각 가게마다 수제과자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 나온 꼴이다.

 

일본이 각 가게마다 수제과자를 만들어왔다면 우리는 대형공장에서 단일한 과자를 만들어왔다는 차이점이 있다. - GIB 제공
일본이 각 가게마다 수제과자를 만들어왔다면 우리는 대형공장에서 단일한 과자를 만들어왔다는 차이점이 있다. - GIB 제공

<주요 논쟁 세 가지>
첨단재생의료법을 둘러싼 주요 논쟁 세 가지를 소개한다.


논쟁1.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도움 vs 이미 ‘패스트트랙’ 있다


찬성 측은 마땅한 치료약이 없는 희귀·난치병 환자를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기다리다 환자가 죽는 것보다는 검증이 덜 됐더라도 치료를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희귀·난치병 치료제에 이미 특혜조항이 있다고 맞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전기임상(임상1/2상)만 통과하면 후기임상(임상3상)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허가해주고 있다. 규제완화가 정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일본·중국 등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 효과를 조금 봤다가 원래대로 병이 돌아왔다는 사람이 상당수다”라고 말했다.  


논쟁2. 임상시험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vs 환자가 마루타인가


찬성 측은 세포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통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투여하기 때문에 전임상(동물실험 등) 결과를 토대로 임상결과 예측이 곤란하고, 기존 의약품 임상시험의 연구방법을 적용할 수 없으며, 제품 제조공정이나 품질기준 확립이 곤란하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 측에선 “살아있는 세포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임상시험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임상시험은 원래 환자에게 무상 또는 사례비를 지급하며 진행해왔다”며 “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환자가 비싼 값을 치르고 유효성 입증도 안 된 사실상의 시험약을 처방받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논쟁3. 산업화에 도움 된다 vs 국제 경쟁력 약화


찬성 측은 법안 통과 뒤 병원시술결과를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4년 기준 세계 재생의료 시장규모는 45억 달러(5조3842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연평균 17%로 급속히 성장해 2026년이면 308억 달러(36조85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술결과 자체가 많아지면 그만큼 노하우도 쌓여서 의약품 개발이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환자들이 임상시험보다 병원시술로 몰려가면서 치료제 개발이 늦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2015년 기준 국내에서 산업체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은 46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반면 일본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1건뿐이다. 조미영 차세대 줄기세포기반제제 평가 연구사업단 기획팀장은 “일본의 경우 줄기세포 치료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병원에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안전성·유효성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시술은 임상시험처럼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조 팀장은 “미국이나 유럽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엄격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한다”며 “결과적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NIHS)이 2013년 발표한 보고서 중 일부(http://www.nihs.go.jp/kanren/iyaku/20130510-cgtp.pdf). -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NIHS) 제공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NIHS)이 2013년 발표한 보고서 중 일부(http://www.nihs.go.jp/kanren/iyaku/20130510-cgtp.pdf). -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NIH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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